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박숙이(95) 할머니가 그간 건강이 여의치 않아 한 번도 찾지 못했던 남해 숙이공원을 지난 20일 처음 방문했다.
할머니는 지난해 8월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도 참석하지 못했었다.
할머니의 이날 숙이공원 방문은 95번째 생신을 맞아 이뤄졌다.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집을 방문한 박영일 군수가 할머니를 직접 모시고 숙이공원을 찾게 된 것이다.
박 할머니는 숙이공원에 도착하자마자 소녀상의 손을 꼭 잡으며 “니도 숙이가? 내도 숙이다”라며 첫인사를 나누고는 이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어 소녀상 옆에 있는 바구니와 호미를 손으로 더듬으면서 구수한 남해 사투리로 “바구리(바구니), 바구리다. 호메이(호미)다”라고 말하며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또 숙이공원 한편에 자리 잡은 할머니와 나이가 같은 동백꽃인 숙이나무를 바라보며 “좋다. 좋다. 참 좋다. 오늘은 내 생애 가장 기억될 만한 날”이라며 “건강만 허락되면 숙이공원에 자주 와 방문객들과 같이 이야기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할머니와 동행한 박영일 군수는 “할머니, 건강하게 오래 사시라”며 “할머니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군정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는 1922년 남해군 고현면 관당마을에서 태어나 남해에서 살다 열여섯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에 끌려가 6년간의 위안부 생활을 강요받았다.
지금보다 건강상태가 좋았을 때 늘 지역 학생들에게 “나라 없는 설움은 당해본 사람만이 안다. 당시를 살았던 나와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은 모두 나라가 없어져 생긴 것”이라며 “부디 열심히 공부해 다른 나라 사람에게 고개 숙이지 않는 큰 사람이 돼 우리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남해군은 박숙이 할머니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고 올바른 역사인식 확립을 위해 지난해 8월 숙이공원을 조성하고 박숙이 할머니의 모습을 재현한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했다. 김윤관 기자
출처 : 경남신문(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18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