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인터뷰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양파 마늘 등 가격 변동이 큰 채소의 경우 생산자단체에 법적 권한과 예산을 줘 스스로 수급 조절을 하게 해 가격 파동을 막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잠사회관에서 열린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채소 가격이 폭락한다고) 정부가 수매하는 게 효율적인가”라며 “가락시장만 쳐다보는 유통구조를 바꿔 농산물 가격 안정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바이러스를 가진 멧돼지가 박멸되지 않는 한 종식 선언을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음은 김 장관과의 일문일답.
―올해 6, 7월 마늘과 양파 공급과잉으로 산지 도매가격이 폭락했다. 연례행사가 되다시피 한 채소 파동을 막을 대책은….
“조직화가 미흡한 양파 마늘 관련 의무자조금단체를 만들어 수급 조절 주체로 만들려 한다. 예를 들어 의무자조금단체와 정부가 반반씩 돈을 대 재정을 확보한 뒤 생산자가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수급을 조절하게 유도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작황을 예상할 수 있는 정밀한 관측 자료를 제공하고 유통 경로도 다양화하겠다.”
의무자조금단체가 있는 감귤과 파프리카의 경우 2015년과 2016년 출하량 급증에도 생산과 유통을 조절해 가격 폭락을 막은 전례가 있다. 농식품부는 양파, 마늘 의무자조금단체가 생기면 이런 자율적 수급 조절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최근 한 대형 유통회사가 ‘못난이 감자’를 산지에서 직접 매입해 판 것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유통구조 혁명이 중요해 보인다.
“올해 양파, 마늘이 도매시장에 일시에 집중 출하돼 가격이 더 급락한 측면이 있다. 농가 규모를 가리지 않고 생산자 모두가 서울 가락시장만 쳐다본다. 하지만 가락시장은 처리 능력에 한계가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산지공판 기능을 높이고, 산지에서 유통 및 소비가 이뤄지는 ‘로컬푸드’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로컬푸드 직매장을 내년 680개소로 늘리겠다.”
―내년에 도입하는 공익형 직불제의 취지는….
“쌀에 집중돼 온 직불금을 밭작물 등 다양한 품목으로 확산시키려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농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다. 기존에는 직불금이 쌀에 집중되다 보니 소비량이 크게 줄어도 쌀 생산량은 별로 줄지 않았다. 구조적 과잉이 발생한 것이다. 또 대농(大農)에 지원이 편중되기도 했다. 공익형 직불제는 밭작물을 짓도록 유도하는 구조여서 농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세부 단가 기준 등은 내년 4월 하위법령 개정을 통해 완료하겠다.”
―농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면서도 농가를 보호 대상으로 보는 모순된 시각이 우리 사회에 있다.
“농업을 최소한으로 보호하는 수단이 필요하다. 이는 미국 유럽 일본 등도 마찬가지다. 농업은 다른 산업과 비교해 변화를 향한 움직임이 느리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다른 산업과 비교해 효율성이 떨어지니 자원을 다시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옳지 않다.”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한 결정에 농민들이 반발하는데….
“우리의 경제적 위상을 감안할 때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개도국 특혜를 유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정부는 차기 WTO 협상이 이뤄질 경우 쌀 등 민감 품목은 특별히 보호하고, 국내 농업에 영향이 발생하면 즉각 피해 보전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저소득층 농산물 구매 지원 등 농민단체에서 요구한 내용의 대부분은 내년도 예산에 반영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응을 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종식 선언도 가능한가.
“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계속 검출되고 있다. 바이러스 매개체인 멧돼지가 사라지지 않는 한 ASF 바이러스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하기 어렵다. ASF가 진정됐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종식이라고 선언하기는 쉽지 않다. 방역체계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