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바야흐로 봄이 무르익어간다. 매화는 이미 봄이 코앞에 있음을 알렸고 목련은 수줍게 하얀 잎들을 세우고, 벚꽃은 언제든 터질 준비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잠시만 주의를 기울이면 봄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계절에서 봄이 한창 피어나는 희망에 찬 시간을 이야기한다면 인생에 있어서 20대는 부모님의 보살핌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보기 위해 세상으로 나아가는 시기이며,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며, 희망이 가득하다는 점에서 지금의 계절인 봄과 많이 닮아 있다. 그런데 20대의 삶은 봄을 맞이하는 설렘과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도전과 시험이 또 앞에 닥쳐 있다.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라는 또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서 먹고사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취업이라는 숙제의 해결이 필수다.
대기업들은 3월 말부터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에 들어갔다. 삼성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4000명 규모로, 롯데는 39개 계열사에 신입공채 750명과 인턴을 포함해 1150명 규모, SK 그룹은 대졸 신입사원 2100명을 포함해 8200여명 규모의 공채 계획을 발표했다. LG 그룹은 4000여명 규모로 계열사별로 채용하고, 현대자동차 그룹은 1만명 규모로 신규채용을 실시한다. 공채를 통해 필요로 하는 우수한 인재를 얻고 싶어 하는 기업과 어떻게든 대기업에 취업하고픈 취업준비자들(일명 취준생) 간의 줄다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100명 중 3.5명 정도만 통과할 수 있는 공채의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는 쉽지가 않다. 취준생의 수는 해마다 늘어 65만명에 육박하는데, 또 한편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곤란을 겪는 기업들도 많다. 특히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이나 이보다 작은 작업자 5인 미만의 기업들 경우는 채용을 하고 싶어도 적당한 사람이 없거나 얼마 못 가서 이직이나 퇴사해서 인력난을 하소연하는 곳들이 적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직장도 양극화됐다고 말한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과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으로, 전문직,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처럼 회사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아~~’하고 알아주는 곳에서 근무하거나, 연봉이 높고 안정된 곳을 선호하여 인정받는 직업·직종으로 분류하고, 나머지는 이보다 못한 개념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인터넷 세상이 발달해서, 방에 앉아서 세상 곳곳의 지도를 보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지금도 우리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넓은 세상이 있으니 나가서 부딪히고 경험하고, 진정 원하는 일을 찾아보라고 권하기보다는 여전히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에서 유망한 전공을 택해서 외국 어학연수나 외국어 공인성적서를 기본으로 하는 스펙을 빵빵하게 채워서 졸업하고, 컨설팅 받아 자기소개서 써서 인성검사, 적성검사, 다양한 면접들을 통과해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살라고 권한다. 그래야 사회 우등생이 될 것처럼, 마치 꽃이 온실에서 나고 자라서 그 자리에서 피었다 지기만을 바라는 것과 같다.
TV 속 어느 광고와 같이 서울대를 나오지 않은 사람이 더 많고, 대기업 다니는 사람보다는 중소기업 다니는 사람이 더 많다. 그리고 세상은 대다수를 차지하는 평범한 우리들이 같이 일구어 간다. 평범한 우리들이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땀을 흘리고, 나름의 도전을 하며, 울어도 보고, 한바탕 웃으며 세상과 부딛쳐 나가고 있지 않은가? 인생도, 계절도 봄을 맞이하는 청춘들에게 추운 겨울을 이겨낸 작지만 강한 봄꽃이 돼 보라고 권하고 싶다. 도종환 시인 역시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라며 여러분의 멋진 출발을 격려하고 있지 않은가? 세상이 도전하는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과거처럼 맨주먹으로, 노력만으로 이루기가 쉽지 않지만 그대들이 살아갈 세상을 바꾸는 것도 앞으로 살아갈 그대들이기에.
신정혜 ((재)남해마늘연구소 총괄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