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韓 안보에 중요하다면 中 조치 의연하게 대처해야”
중국의 무역 보복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1999년 한·중 간 ‘마늘 분쟁’은 우리나라가 자초한 측면이 많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부가 최근 결정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와 관련, 국내 일각에서 중국의 보복 문제를 우선 거론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명박정부 시절 주중 한국대사를 지낸 신정승 동서대 석좌교수는 4일 한국외교협회 ‘외교광장’에 기고한 ‘사드와 중국의 무역 보복 가능성’이라는 글에서 “사드가 한국의 안보에 중요하다면 설사 중국 측이 바람직스럽지 않은 조치를 하더라도 동요하지 말고 의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신 교수는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적 보복이 논란이 되는 시점에서 마늘 분쟁에서 얻어야 할 교훈을 3가지로 정리했다. 그는 우선 “당시 국내 마늘 가격의 폭락이 중국산 때문이었는지는 확실치 않은데도 한국이 총선이라는 국내 정치적 상황에 의해 중국에 긴급 조정관세 부과 조치를 했는데 이것이 과연 국익에 부합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국제통상 규범을 근거로 절차를 거쳐 내린 결정인 만큼 중국의 보복 조치에도 불구하고 일정 기간 지속돼야 함에도 경제적 타격을 이유로 사실상 1개월 만에 번복한 것이 양국관계의 건전한 발전에 좋지 않은 사례”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당시 국제통상 법규나 관행과 다르게 한국에 대해 과도한 제재를 했는데 국내 여론은 이에 적극적으로 반발하지 않고 오히려 정부를 비판하는 데 그쳤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북핵에 대응하는 방어 무기 도입이 마늘분쟁에서 보듯이 국내 정치적 고려나 외국의 압력에 따라 좌지우지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마늘 분쟁은 1999년 마늘값이 급락하자 정부가 중국산 마늘에 대해 285%에서 375%로 올린 긴급 조정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대외무역법 7조에 따라 한국산 휴대전화기 및 폴리에틸렌 등의 제품에 대해 잠정 수입조치를 취해 발생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