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식탁에서 양념처럼 빠지지 않고 쓰이는 것 중 하나가 ‘마늘’이다. 자주 접하는 만큼 이로움이 다소 간과된 경향이 있지만, 마늘은 알고보면 건강 효능이 뛰어난 식품이다. 항균작용, 항산화 효과, 피로 회복 등의 이유로 2002년 <타임>지에서 건강에 도움되는 식품 10가지 중 한 가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과연 마늘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기에 ‘슈퍼푸드’로 칭해지는지, 어떻게 먹어야 이로운 성분을 제대로 섭취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마늘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건강에 도움되는 식품으로 쓰여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를 건설할 때 인부들에게 힘든 중노동을 견디게 하기 위해 마늘을 먹이고 품삯 대신 마늘을 주었다고 전한다. 또한 그리스의 경기자들은 힘을 내기 위해서 마늘을 자주 먹었다고 한다. 동양에서도 마늘의 효능을 적극 활용했다. 중국의 의서 《본초강목》은 마늘이 살균과 강장에 효능이 있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마늘이 비장을 튼튼하게 만들고, 위장을 따뜻하게 하며 냉증을 다스린다고 기록돼 있다. 마늘의 탁월한 기능은 현대에 와서도 익히 알려져 있다. 마늘에 대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건강 효능은 무엇일까.
마늘의 효능
알리신 성분, 강력한 항균 작용
마늘의 다양한 효능은 주로 알리신 성분에서 비롯된다. 마늘 속에 있는 ‘알리인(Alliin)’ 성분이 알리나제(Allinase) 효소에 의해 파괴되면서 자극성의 강한 냄새가 나는 ‘알리신(Allicin)’으로 변한다. 마늘 표면에 상처를 내거나 갈면 순식간에 마늘 특유의 냄새가 나는 것은 알리신 때문이다. 이 성분의 효능 중 가장 먼저 발견된 것은 항균작용이다. 1994년 체스터 카발리토(Chester J. Cavallito)라는 화학자가 페니실린이나 테트라사이클린보다 알리신이 더 강력한 항생 물질임을 밝혀냈다. 알리신이 세균 속으로 들어가 단백질을 분해하고, 그 기능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이후 마늘은 결핵균, 장티푸스균,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등 여러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
의 생육을 억제한다고 밝혀졌다.
비타민B1 흡수 및 이용률 높여 체력 회복에 도움
알리신은 체내에서 티아민과 결합하면 알리티아민(Allithiamine)이라는 물질을 생성하고, 비타민B1과 같은 역할을 한다. 비타민B1은 활동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데 깊이 관여한다. 비타민B1이 부족하면 당질 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쉽게 피곤해지고 체력도 저하된다. 비타민B1의 역할을 하는 알리티아민이 든 마늘을 먹으면
체력 회복 등에 도움이 된다.
또한 알리티아민은 체내로 흡수되는 비율이 높다. 비타민B1이 체내에서 한 번에 흡수될 수 있는 양은 10mg 정도지만, 알리티아민 흡수율은 이보다 10~20배 높다. 섭취된 알리티아민은 오랫동안 혈액 속에 남는 것도 장점이다. 체내에 저장되지 않는 비타민B1과 달리 체내에 쉽게 저장되고,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위장질환 예방에 도움
마늘은 위장질환 예방에 도움될 수 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조현 교수는 “알리신이 위염, 소화성 궤양, 위암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의 생육을 억제한다”고 말했다. 마늘 속에 든 알리신은 타액과 소화액의 분비를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
위와 장의 운동이 원활하지 않은 사람과 소화액 분비가 부족한 사람이 마늘을 먹으면 도움될 수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에 도움
마늘을 섭취하면 고지혈증, 동맥경화, 고혈압 등 혈관질환 예방에도 도움될 수 있다. 마늘은 간에서 지방을 만드는 효소 활동을 막아 콜레스테롤 합성을 저해하는 작용을 한다. 이로 인해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질 농도를 감소시켜 혈행 개선 효과에 효과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마늘이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능성 내용을 인정하고 있다.
어떻게 먹어야 하나
마늘이 아무리 좋은 효능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식품일 뿐이다. 효능을 과신해 많이 먹으면 오히려 탈이 날 수 있다. 적당한 섭취량을 지켜 먹는 것이 중요하다.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효과 있다기 보다 오히려 역효과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마늘은 하루 1~3쪽 먹는 것이 가장 권장할 만한 방법이다. 어떻게 먹더라도 공복에 생마늘을 먹는 건 삼가야 한다. 위 점막을 자극해서 위통을 일으킬 수 있다.
마늘을 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위궤양 등 위장장애가 있는 사람은 마늘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심장병 환자도 주의해야 한다. 혈액 응고를 막는 성분이 포함돼 심장병 환자가 마늘을 많이 먹으면 지혈이 잘 안 될 위험이 있다.
익혀 먹을까 VS 생으로 먹을까
마늘의 유효 성분을 온전히 섭취하려면 어떻게 먹는 게 좋을지 고민스러울 수 있다. 생으로 먹든, 익혀 먹든 마늘의 좋은 성분이 크게 감소하거나 늘어나지 않는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생으로 먹으면 알리신 성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고, 익혀 먹으면 항산화 물질과 아조엔 등을 많이 섭취할 수 있다.
생으로 먹는다면 마늘의 핵심 성분인 알리신을 파괴되지 않아, 온전히 섭취할 수 있다. 마늘은 열을 가하거나 숙성시키면 냄새를 유발하는 알리신 등이 줄어든다. 마늘 껍질에 있는 알리나제 효소는 알리인과 결합하여 알리신을 만드는데, 가열하면 알리나제 효소활성도가 떨어져 알리신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알리신 성분을 제대로 섭취하려면 생으로 먹는 게 좋은 이유다. 또한 강동경희대병원 영양팀 이정주 파트장은 “마늘 조직이 손상되어야 알리신 성분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좋은 영양성분을 많이 섭취하려면 생마늘을 다지거나 으깨서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익힌 마늘도 건강에 이롭다. 마늘에 열을 가하면 알리신은 다소 감소할 수 있지만, 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함량은 오히려 증가한다.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에 따르면 마늘을 고온 열처리하면 폴리페놀류 함량이 증가해 항산화 능력이 상승한다. 또한 마늘을 60℃ 이상으로 가열하면 아조엔(Ajoene)이라는 물질이 생마늘에 비해서 더 늘어난다. 아조엔은 체내 노폐물 배출을 촉진하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
흑마늘, 생마늘보다 덜 자극적이며 항산화물 함량 높아
시중에 건강에 효과적이라고 광고되는 흑마늘은 생마늘과 다른 종류가 아니다. 껍질을 까지 않은 생마늘을 40~90℃에서 15~20일간 숙성시키면 검은색을 띠는 흑마늘이 되는 것. 생마늘과 흑마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맛이다. 흑마늘은 생마늘의 매운맛과 자극성은 없어지고, 단맛과 새콤한 맛이 난다. 위가 약한 사람이 생마늘을 먹으면 속이 쓰리는 등 부작용이 있지만, 흑마늘은 그렇지 않다. 또한 마늘을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수분이 날아가기 때문에, 생마늘에 비해 페놀화합물과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높다.
<출처 : 헬스조선>